OECD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는 불편한 진실 하나가 담겨 있다. 한국의 AI 붐이 모두에게 이로운 게 아니다. 생성 AI는 STEM 분야 고소득 직종의 임금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동시에, 청년 취업률은 악화되고, 제조업 노동자는 더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잃고 있으며, 최고 인재들은 해외로 떠나고 있다. 한국 AI 노동 시장의 역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임금 양극화: AI는 「가진 자」의 편이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 , 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금융 분석가 등 , 에서는 임금이 상승했다. 이는 미국의 패턴과 유사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미국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미국에서는 임금과 함께 고용도 증가했지만, 한국에서는 임금만 오르고 고용은 늘지 않았다.

더 심각한 것은 전통적 AI의 영향이다. 머신러닝 기반 자동화, 공정 최적화 AI 등 제조업에 주로 적용되는 기술은 청년, 저·중학력 노동자, 제조업 종사자의 정규직 전환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혜택의 수혜자는 이미 좋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고, AI 피해의 당사자는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뇌유출: OECD 4위의 AI 인재 해외 유출국

한국은 OECD 국가 중 AI 인재 해외 유출 4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다. 미국에서 AI 박사를 갓 취득한 연구원의 초봉은 114,000달러(약 1억 5,000만 원) 이상인 반면, 한국 민간 기업의 동급 연구원 연봉은 약 4,100만 원(약 30,000달러)에 불과하다. 임금 격차는 5배다.

구조적 문제는 더 깊다. 한국의 AI 교육·훈련 프로그램은 저·중급 기술 인력 공급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고급 AI 연구자, 모델 아키텍트, ML 시스템 엔지니어 수준의 인력 양성에는 실패했다는 것이 OECD의 평가다. 숫자는 많은데, 수준이 낮다. 그리고 수준 있는 사람은 미국으로 간다.

더 높은 임금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인재 유지 방법이지만, 한국 기업들은 비금전적 혜택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 OECD, 『AI와 한국 노동시장』 보고서

한국 고용 구조의 근본 문제: AI 이전의 위기

ITIF(정보기술혁신재단)는 2026년 3월 발표한 분석에서 더 날카로운 진단을 내렸다. 한국의 진짜 고용 문제는 AI가 아니다. 한국의 대기업 일자리 비율은 전체 고용의 13.9%에 불과하다. 이는 OECD 32개국 중 최하위이며, OECD 평균인 32.2%의 절반도 안 된다.

AI가 일자리를 빼앗아서가 아니라, 애초에 좋은 일자리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AI는 이 문제를 만들지 않았다. 다만 심화시키고 있다. 고용의 질이 낮은 상태에서 AI 자동화가 진행되면, 저숙련·저임금 일자리가 먼저 사라진다. 이미 불안정한 사람들이 더 불안정해지는 구조다.

정부의 대응: 법은 있으나, 실효성은 미지수

한국은 2026년 1월부터 AI 기본법 시행에 들어갔다. AI 생성 콘텐츠 표기 의무화, 고영향 AI 시스템(의료 진단, 금융 의사결정 등)에 대한 위험 평가 의무화가 핵심이다. 아울러 AI·무역·노동 등 34개 전문 분야의 특수직 공무원을 현재 700명에서 2028년까지 1,200명 이상으로 늘리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모든 정책이 핵심을 비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과 규제를 강화해도, 민간 기업이 AI 연구자에게 경쟁력 있는 임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인재 유출은 계속된다. 정부가 AI 인재를 키우는 데 투자해도, 키워진 인재가 해외로 나가면 결국 미국 AI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꼴이다.

숨겨진 통찰: AI 임금 상승은 불평등 확대의 신호다

AI 붐이 한국의 임금 불평등을 줄이고 있는가? 데이터는 정반대를 가리킨다. AI 노출도가 높은 고소득 직종에서 임금이 오르는 반면, AI에 의해 대체 위협을 받는 저숙련 직종에서는 임금 협상력이 약해지고 있다. 이는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커지면서 임금 분산이 확대되는 현상이다.

더 장기적으로 보면, AI 기술 자본을 가진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사이의 생산성 격차도 벌어진다. 이것이 이미 낮은 대기업 고용 비율과 맞물리면, 한국의 노동 시장은 소수의 고임금 AI 직종과 다수의 불안정 직종으로 더욱 뚜렷하게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


핵심 요약

  • 생성 AI는 STEM 고소득 직종의 임금을 올렸지만, 한국에서는 미국과 달리 고용 증가는 동반되지 않았다
  • 한국 AI 박사 연봉 약 4,100만 원 vs 미국 1억 5,000만 원 이상 , 5배 격차가 뇌유출 주범
  • 한국은 OECD AI 인재 해외 유출 4위 , AI 교육에 투자해도 인재가 미국으로 떠나는 구조
  • 한국 대기업 일자리 비율 13.9%는 OECD 32개국 최하위 , AI 이전부터 구조적 고용 위기 존재
  • AI 기본법은 2026년 1월 시행됐지만, 인재 유출·임금 경쟁력 문제는 규제로 해결 불가능

더 생각해볼 것들

  1. 한국 기업이 AI 연구자 연봉을 미국 수준으로 올리려면 어떤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가?
  2. AI 기본법이 고용 문제보다 콘텐츠 규제에 집중한 것은 우선순위가 맞는 선택인가?
  3. AI로 인한 임금 양극화가 계속된다면, 한국은 어떤 재분배 메커니즘을 도입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