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미라 무라티가 조용히 회사를 떠난 지 1년. 그가 세운 띵킹 머신즈 랩(Thinking Machines Lab)은 아직 제품 하나밖에 세상에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구글이 수조 원을 그 회사에 쏟아붓겠다고 결정했다. 이 딜의 진짜 의미는 무라티의 기술력에 대한 베팅이 아니다.

딜의 구조: 수십억 달러짜리 컴퓨트 계약

4월 22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행사에서 공개된 이 계약은 단일 자릿수 수십억 달러(single-digit billions) 규모다. 핵심 내용은 띵킹 머신즈 랩이 엔비디아 GB300 칩 기반의 구글 클라우드 인프라에 우선 접근권을 얻는 것이다. GB300 시스템은 이전 세대 GPU 대비 학습 및 서빙 속도가 2배 향상됐다. 구글은 이 회사가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워크로드를 처리할 수 있도록 전용 인프라도 지원한다. 강화학습은 최근 딥마인드, 오픈AI의 획기적 성과를 뒷받침한 핵심 학습 방식이다. 무라티의 첫 제품 팅커(Tinker)도 이 강화학습 아키텍처에 의존한다.

띵킹 머신즈 랩은 어떤 회사인가

미라 무라티는 2025년 2월 오픈AI를 떠난 직후 이 회사를 세웠다. 창업 직후 20억 달러(약 2.7조 원)의 시드 투자를 120억 달러 밸류에이션에 유치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시드 라운드 중 하나다. 2025년 10월에는 첫 제품 팅커를 출시했다. 팅커는 기업이 자신만의 맞춤형 프론티어 AI 모델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회사는 그동안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었고, 공개된 정보가 극히 적었다. 그럼에도 구글은 조 단위 베팅을 결정했다. 이 회사가 구글 클라우드 역사상 GB300 시스템에 가장 먼저 접근한 고객 중 하나가 된 것이 그 신뢰의 증거다.

숨은 인사이트: 이것은 AI 투자가 아니라 클라우드 패권 전쟁이다

표면적으로 이 딜은 구글이 유망한 AI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는 식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것은 투자가 아니라 컴퓨트 판매 계약이다. 구글은 돈을 잃는 게 아니라 인프라 사용료를 미리 확보하면서, 동시에 가장 유망한 프론티어 AI 랩을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효과를 얻는다. 이 구조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와 맺은 독점 컴퓨트 계약과 정확히 같다. 구글은 이미 앤트로픽에 40억 달러를 투자하며 클라우드 고객으로 만들었다. 이제 무라티의 회사를 두 번째 앵커로 삼으려는 것이다. 패턴이 명확해진다. 다음 세대의 AI 패권 레이스는 어떤 모델이 더 똑똑하냐의 경쟁이 아니라, 어느 클라우드가 가장 유망한 AI 랩의 컴퓨트를 선점하느냐의 경쟁이다. 이 게임에서 늦게 움직이는 클라우드는 AI 시대의 패자가 된다.

구글의 베팅은 무라티의 기술력이 아니라, 다음 AI 패권 레이스의 컴퓨트 지형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계산이다.


핵심 요약

  • 단일 자릿수 수십억 달러 계약 , 구글 클라우드, 띵킹 머신즈 랩에 엔비디아 GB300 전용 인프라 제공
  • GB300 칩, 2배 성능 향상 , 이전 세대 GPU 대비 학습·서빙 속도 2배, 강화학습 워크로드 최적화
  • 무라티, 2025년 2월 창업 , 오픈AI CTO 퇴임 후 창업, 시드 라운드 20억 달러 유치
  • 밸류에이션 120억 달러 , 역대 최대 규모 시드 라운드 중 하나, 첫 제품 팅커 2025년 10월 출시
  • 구글의 AI 클라우드 전략 , 앤트로픽 이어 두 번째 프론티어 AI 랩을 구글 생태계에 편입

더 생각해볼 것들

  1.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구글-앤트로픽, 구글-띵킹 머신즈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독립적인 AI 연구소가 설 자리는 남아 있을까?
  2. 팅커처럼 맞춤형 AI 모델 자동 생성 도구가 일반화되면, 기업들이 직접 프론티어 모델을 보유하는 시대가 올까? 그렇다면 오픈AI와 앤트로픽의 API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변할까?
  3. 무라티는 오픈AI 내부에서 가장 많은 것을 목격한 인물 중 하나다. 그가 만드는 AI 시스템은 기존 랩들과 어떤 철학적 차이를 가질까, 그리고 그 차이가 시장에서 의미 있는 차별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